사랑의 목격
삶은 처음부터 끝까지 무수한 선택으로 이루어져 있다. 매 순간의 선택을 거쳐 다음 순간의 나로 나아간다. 쉬운 선택은 하나도 없고 나는 선택의 무게 아래 늘 짓눌려 있다. 선택은 나를 향해 다가오지 않는다. 제자리에 서서 나를 묵묵히 지켜보고 있다. 실마리를 드러내지 않은 채 자신의 실체를 숨기고 있기 때문에 언제나 선택의 기로 앞을 헤맬 수밖에 없다.
지금 이 순간 어느 방향으로, 어느 정도의 속도로 나아가야 나는 '최선의 나'로서 살아갈 수 있을까. 이리저리 고민해 보지만,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다. 시간은 끊임없이 나를 선택으로 떠밀고 있다. 그 무게가 나를 짓누르는 것이 슬프고 힘겹다.
'최선의 나'라는 이정표는 허상일 뿐이다. 선택의 순간에 놓일 때마다 그것을 되새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은 어렵다. 가벼운 마음으로 선택한다고 해서 결과까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니까. 이미 선택하고 난 다음에는 절대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아니까. 조금이라도 후회하지 않기 위해 가능한 한 신중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것은, 어떤 선택에 후회하게 되더라도 어차피 내가 '선택하지 않은 나'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영원히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단지 상상해 볼 수 있을 뿐이다. 만약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라고.
그러니까 선택의 기로에서 헤매고 있을 때 필요한 자세는 바로 이것이다. 조금이라도 내 마음이 향하는 쪽이 있다면 그쪽으로 과감히 나아간 다음 함부로 뒤돌아보지 않는 것. 뒤돌아보지 않는다면 내가 '선택한 나'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 우리는 신이 아니다. 아무도 삶의 모든 선택지를 내다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