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cr
겨울 데자뷔
임종직전
2025. 4. 28. 23:06
나를 에워싸고 있는 사실들과 그 이면에 잠재된 가능성들을 한데 싣고서 열차는 계속 나아간다. 푸른 새벽 공기. 어둠은 모호하고 속살이 투명하다. 명과 암의 감정으로 구분되는 세계가 있다. 조명 아래 흔들리는 그림자 무리가 있다. 한참을 턱을 괸 채 창가에 기대어 있다. 창유리의 한기에서 얼음 냄새가 난다.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있으면서도 이곳의 새벽 풍경은 잘 믿어지지 않는다. 비현실적으로 단조롭고 고요하다. 시간은 이미 저만치 달아나 있는데 열차는 한껏 여유를 부리며 뒤를 밟는다. 다 사라질 이미지 같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정착할 수 있게 된 어느 머나먼 행성의 설원 위를 밟는 꿈을 꾼다.